『겨울 이야기』, 『심벌린』, 『페리클레스』 세 작품의 비슷한 점과 특이성
『겨울 이야기』, 『심벌린』, 『페리클레스』 세 작품의 비슷한 점과 특이성
1. 로맨스 극의 전반적인 특징:
2. 『겨울 이야기』, 『심벌린』, 『페리클레스』 세 작품의 공통점:
3. 『겨울 이야기』, 『심벌린』, 『페리클레스』 세 작품의 특이성:
4. 참고문헌
1.로맨스 극의 전반적인 특징:
셰익스피어의 『겨울 이야기』, 『심벌린』, 『페리클레스』등은 소위 셰익스피어의 로맨스로 거론되는 후기 작품들이다. 1608년을 전후하여 쓰여진 이 작품들은 희극과 비극이 공존하는 희비극의 형식을 갖는다. 당대 희비극 양식이 유행하기 시작하였는데, 이 영향과 함께 셰익스피어의 로맨스 작품들은 비관주의 보다는 삶을 긍정적으로 보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셰익스피어의 로맨스는 그의 희극의 주제였던 사랑을 보다 깊이 있는 차원에서 바라보며, 신과 초자연적인 힘의 존재와 더불어 동화와 같은 세계의 분위기 속에서 현실과 떨어진 먼 나라의 이야기의 형태를 취하며 보다 깊이 있는 화해의 세계를 만들어 나간다. 이와 더불어 ‘용서가 우리 모두의 표어가 되어야 하겠다’라는 심벌린의 마지막 말처럼, 용서를 지향하는 세계이다.
셰익스피어의 로맨스에서는 또한 공통적으로 헤어진 가족들의 재회가 있다. 앞에서 거론된 레온테스의 아내와 딸과의 재회, 『심벌린』에서 이모젠은 친 오빠들을 만나게 되고, 죽었으리라 생각했던 남편(포스츄머스)과 다시 만나고, 『페리클레스』에서도 난파와 이별을 격은 다음, 페리클레스는 오랫동안 실종된 딸과 재회한다. 흩어진 가족들이 다시 모이고 조각난 것들이 봉합되는 놀라운 치유의 세계가 로맨스의 세계인 것이다.
2.『겨울 이야기』, 『심벌린』, 『페리클레스』 세 작품의 공통점:
『겨울 이야기』, 『심벌린』, 『페리클레스』의 작품 내면에 함께 공유하고 있는 것은 바로 중세의 엄격한 신분제도 이다. 기존의 중세적 세계관에 의하면 이 세계는 하나님의 섭리 하에 세상에 존재하는 온갖 만물이 각자의 위치에서 질서와 조화 속에 움직이는 하나의 거대한 연결고리를 이루는 것으로 이해했다. 그리하여 국가에서는 국왕이 최고의 자리이며, 국왕 아래 신하가 자리하고 그 아래에는 일반 백성이 위치하여 각자의 위치와 본분을 지키는 것으로 못 박았다. 모든 인간들은 자신의 위치에 만족하며 각기 제 자리를 지켜야지만, 우주의 질서가 조화를 이룬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러한 ‘엘리자베스 시대 세계관’은 위계 질서를 지나치게 강조하여, 모든 백성들은 자신들의 계급에 만족하여 어떠한 전보이나 반항 행위도 하지 못하도록 신의 이름을 빌어 차단시킴으로써 왕권을 공고히 하는 데 이용한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을 반영하듯이, 셰익스피어의 로맨스 작품들 속에서도 혈통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페리클레스가 마상경기에서 승리하고, 사이머니디스왕이 자신의 딸인 타
이사와 결혼을 시켜야겠다는 결심을 할 때, 왕의 방백의 대사 중에 “아무리 보아도 나와 마찬가지로 고귀한 가문의 사람임이 분명하며, 그렇지 않다고는 생각을 못하겠다.”라고 하는 부분이 나온다. 사이머니디스왕은 이 때 페리클레스의 신분을 확신하지 못했지만 그에게서 풍겨 나오는 귀족적인 면모만으로 그가 고귀한 혈통이라는 것이라는 것을 알아 차리고 자신의 딸인 타이사와의 혼인을 승낙한다. 『심벌린』 중 “타고난 불꽃은 감추기 어렵구나! 저 애들은 자기들이 왕자임을 모른다. – 중략 – 허리를 굽혀야 드나드는 동굴에서 비천하게 자랐지만 생각은 궁궐 지붕에 닿고 낮고 궃은 일이라도 누구보다 뛰어나게 왕자답게 수행한다. 이 애 폴리도어는 심벌린 과 브리튼의 후계자로, 그 아버지가 귀디리어스라 하였는데, 세발의자에 앉아 전쟁에서 활약하던 이야기를 들려주면, 이야기 속으로 정신 없이 빠져든다.”라는 벨라리어스의 대사에서도, 역시, 심벌린의 두 아들인 아비레이거스와 귀디리어스는 자신들의 신분을 모르지만, 그들의 생각이나, 행동은 왕가의 기품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마지막으로, 『겨울이야기』 중 “어머니를 빼 닮은 아가씨의 당당한 태도, 후천적 양육을 질적으로 능가하는 선천적인 높은 품격, 기타 증거들이 그녀가 왕의 따님이란 사실을 확정적으로 말해주오”라는 대사에서도, 페르디타 역시 비록 신분이 천한 양치기의 손에 자랐지만, 그녀의 선천적인 왕족의 기질은 변함이 없다는 것을 나타낸다. 이와 같이 세 작품은 공통적으로, 혈통은 타고나는 것이기 때문에 일단 한번 귀족으로 태어난다면, 아무리 천한 환경에서 천하게 자랐어도 그 내면에 흐르고 있는 고귀한 기품과 귀족으로서의 자질을 간직하고 있다는 바를 대사를 통해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그리고 그 바탕엔, 이 당시 영국을 지배하고 있던, 혹은 지탱해 주던, “엘리자베스 시대의 세계관”이 있었다.
3.『겨울 이야기』, 『심벌린』, 『페리클레스』 세 작품의 특이성:
셰익스피어가 이 작품들을 쓸 당시에는 여성을 인간이기 이전에 여성으로 인식하고, 여성을 남성과의 관계만으로 정의하였다. 그리고 여성을 욕정으로 가득 찬 부정한 존재라는 생각과 함께, 여성에게 순결이라는 정조 개념을 강조하여, 여성의 행동을 통제하던 시기였다. 이 역시 작품 내에 반영 되었는데, 세 작품에 나오는 여주인공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자신들의 정절을 지킨다. 『페리클레스』의 마리나는 미틸리니의 매음굴에 팔려갔지만, 자신들을 탐하려는 남자들을 설교로서, 교화시키며 자신의 정절을 지킨다. 『심벌린』에서 이모젠은 자신을 유혹하는 자키모에게 호통을 치며 돌려보낸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신뢰함으로써, 정절을 지켜낸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겨울 이야기』 중에서 레온테스왕이 헤르미오네 왕비의 정숙을 의심하자, 신탁이 이를 부정함으로써 왕비의 정절을 증명한다. 물론 세 여주인공 모두 자신의 정절을 지키고 행복한 결말을 맞았지만, 그 대응 방식에 있어서 차이점을 보인다. 마리나와 헤르미오네가 비교적 소극적인 방법
(설교, 자기변호와 신탁)으로 자신의 정절을 지켜냈다면, 이모젠의 경우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자신의 정절을 지켜낸다. 셰익스피어가 창조한 최고의 여인상의 하나인 이모젠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인내심이 강하고, 자키모의 주장에서 날카롭게 허점을 찾아내기도 하는 등, 나머지 두 작품의 여주인공들과는 다른 남성적인 모습을 많이 보인다. 이 부분은, 당시에 지배적이던 남성 위주의 가부장제적인 질서가 서서히 변하고 있었음을 시사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참고 문헌:
홍유미, 『셰익스피어1』, 평민사, 1999.
Chute Marchette. 『풀어 쓴 셰익스피어 이야기』, 최준기 역, 푸른 사상사, 2007.
Shakespeare William, 『셰익스피어 로맨스 희곡 전집』, 이상섭 역, 문학과 지성사, 2008.
Shakespeare William, 『페리클레스』, 신정옥 역, 전예원. 2002.